VJ라는 직업으로 살기

YMEA LIFE 2010. 11. 15. 02:04 |


국내에 수많은 VJ들이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그 수가 늘어날 것이다. 어떠한 계기로 VJ가 되었냐고 묻는 질문에 여짓껏 꽤 많은 수식어를 붙이며 그럴듯 하게 나를 꾸미기에 열중한 적도 있었다.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무대위에서 주목 받는 DJ가 되고 싶었지만, 대체로 내겐 그런 탈렌트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다. 등떠밀리듯 오른 첫 무대는 지금은 사라진 UNDERLOUNGE 였다. 영상 제작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조차 업었기에 모든 소스는 인터넷을 통해 다운 받은 오픈 소스였다. 그리고 뜸금없는 근자감으로 그해에 오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의 메인무대에서 나는 VJ라는 일을 계속하기 마음 먹었다. 무대에 오른다는 것, 수천명의 앞에서 나를 선보인다는 것, 그 즐거음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자가당착에서 시작된다. 즐거움에서 시작한 이 일이 어느 순간 나의 돈벌이로 활용되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익을 쫒기 위해 나를 깍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더이상 깍을 나조차 없었다. 그래서 VJ를 그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열광할 수 음악을 사랑했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무대가 행복했기에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나는 긴 플레이시간을 지루해 했고, 소스 제작에 흥미를 잃었다.

지금도 여전히 슬럼프의 연장선에 있다. 나는 새로운 작업을 위해 달려야 하는데, 그럴 만한 에너지를 잃었다. 영상에 정치적인 이야기를 담고, 우주의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고, 생명 탄생의 소중함을 이야기 하던 내 모습은 이제 없는것 같다. 무대에 오르면 자꾸만 작아진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돈을 위해 기업 행사 영상을 제작하며 나를 계속 깍아내고 있다.

VJ로 산다는 것, 세상의 모든 직업이 그러하겠지만, 크리에이티브를 사고 팔며, 그 와중에도 나를 지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중심점을 찾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에게 끌과 정이 아닌 채찍을 대야 할때 인것 같다. DOS-A-DOS가 남긴 말처럼 '스스로 자생하지 못하면 도구일 뿐이다.'
Posted by 묘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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